사진은 북해도의 한 강제징용 현장을 찍은 풍경이다. 이 이미지는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. 단지 겨울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린다는 정보를 제시할 뿐이다. 조금 더 마음을 써보자면 검은 호수인지 바다인지가 분위기를 한껏 무겁게 한다는 느낌 정도다. 현장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.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. 저 검은 물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상처입은 서사는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 언제나 수면 위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. 질곡의 역사를 계속 잠자게 둘 것인지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낼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다. 앞서 제시된 사진들은 과거와 현재가 서로 대화를 이어 나가는 풍경이다. 결국 이 시도는 우리가 누구인지 깨닫게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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